[안전점검 현장을 가다] 학교 건물 안전 ‘무방비’

입력 2014.09.01 (21:28) 수정 2014.09.03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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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뜨린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4개월이 넘었습니다.

그동안 각종 안전대책이 쏟아졌는데, 우리 사회는 과연 안전해졌을까요?

참사 이후에도 계속되는 대형 사건 사고를 보면 아직 가야할 길이 먼 것 같습니다.

서울시의 여론 조사를 보면 우리 사회의 안전불감증이 심각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거의 대부분이었습니다.

소방방재청이 발간한 재난연감에 따르면 지난 3년간 발생한 인적 재난은 한해 평균 37만 건에 달했고, 해마다 7천 명가량이 재난으로 숨졌습니다.

사망자가 가장 많은 재난은 교통사고였고, 익사와 추락, 화재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최근 안전과 관련해 의미 있는 일이 있었습니다.

한 대학교 기숙사에 불이 나 자칫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질 뻔했지만, 140여명의 학생들이 소방차가 오기 전에 화재를 초기 진압하고, 전원 안전하게 대피했습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소방훈련을 철저히 받은 덕분이었습니다.

교통사고나 화재 같은 인적재난은 대비와 점검을 통해 얼마든지 피해를 예방하거나 줄일 수 있습니다.

KBS는 더 안전한 사회를 위해 우리 사회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사고 위험 요인과 안전 사각 지대를 점검하는 연속 기획 보도를 준비했습니다.

오늘은 첫 순서로 미래의 주역인 청소년들이 하루 대부분을 머물고 있는 학교의 안전실태를 점검해봤습니다.

홍성희 기자입니다.

<리포트>

서울의 한 학교 옥상에 콘크리트 조각들이 잔뜩 쌓여 있습니다.

부서진 바닥 콘크리트를 모아놓은 겁니다.

조금만 힘을 줘도 바닥이 쉽게 부서지고 떨어집니다.

비가 오면 교실로 물이 샐 정도입니다.

건물과 건물을 잇는 다리는 철근이 노출된 채 방치돼 있습니다.

<녹취> 학생 : "공사한데요.그러면서 페인트밖에 안 칠했어요."

심지어 건물 지반까지 가라앉고 있습니다.

실제 건물 안전진단에 쓰이는 '비파괴 시험' 방법으로 이 학교 건물의 콘크리트 강도를 측정해봤습니다.

16.1 메가 파스칼로 기준 강도인 18메가 파스칼에 한참 못 미칩니다.

철근 간격은 30센티미터로 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학생들이 사용하는 건물인 만큼, 보강 필요성이 제기됩니다.

<인터뷰> 안전진단협회 회장 : "배력 철근의 배근 간격은 보통 20 내지 30센티미터인데 철근 간격이 좁을수록 더 큰 하중에 견딜 수 있습니다."

서울의 또 다른 학교, 낡은 강당 건물이 얼마 전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폐쇄됐습니다.

<인터뷰> 학생 : "강당에서 배구도 하고 농구 같은 것도 연습하고 했는데, 이제는 운동장에서 그런 걸 잘 못 하잖아요."

교육부 안전 점검에서 5단계 등급중 D등급 이하를 받아 보수가 시급하거나 철거해야 하는 학교 건물이 전국에 104동에 이릅니다.

대부분 6-70년대에 지어졌는데 비슷한 시기에 건설된 인천 선인체육관 등은 이미 철거된 지 오래입니다.

예산 부족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이 학교는 건물 보수를 위해 60억 원을 요청했지만, 교육청에서 받은 예산은 15억 원에 불과합니다.

<인터뷰> 김필곤(사무관/서울시교육청) : "복지분야 쪽에 예산 증가율이 높다보니까 전체 예산은 늘어나는 폭이 좁고 그러다보니 시설비 분야가 상대적으로 많이 축소되고 있는 경향이 있습니다."

정부는 오는 2016년까지 2천8백억 원을 들여 위험한 학교시설을 모두 정비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예산의 절반을 부담해야 할 각 시도 교육청의 재정 상황을 보면 계획대로 추진될지는 미지수입니다.

KBS 뉴스 홍성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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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전점검 현장을 가다] 학교 건물 안전 ‘무방비’
    • 입력 2014-09-01 21:31:48
    • 수정2014-09-03 22: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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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을 충격에 빠뜨린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4개월이 넘었습니다.

그동안 각종 안전대책이 쏟아졌는데, 우리 사회는 과연 안전해졌을까요?

참사 이후에도 계속되는 대형 사건 사고를 보면 아직 가야할 길이 먼 것 같습니다.

서울시의 여론 조사를 보면 우리 사회의 안전불감증이 심각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거의 대부분이었습니다.

소방방재청이 발간한 재난연감에 따르면 지난 3년간 발생한 인적 재난은 한해 평균 37만 건에 달했고, 해마다 7천 명가량이 재난으로 숨졌습니다.

사망자가 가장 많은 재난은 교통사고였고, 익사와 추락, 화재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최근 안전과 관련해 의미 있는 일이 있었습니다.

한 대학교 기숙사에 불이 나 자칫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질 뻔했지만, 140여명의 학생들이 소방차가 오기 전에 화재를 초기 진압하고, 전원 안전하게 대피했습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소방훈련을 철저히 받은 덕분이었습니다.

교통사고나 화재 같은 인적재난은 대비와 점검을 통해 얼마든지 피해를 예방하거나 줄일 수 있습니다.

KBS는 더 안전한 사회를 위해 우리 사회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사고 위험 요인과 안전 사각 지대를 점검하는 연속 기획 보도를 준비했습니다.

오늘은 첫 순서로 미래의 주역인 청소년들이 하루 대부분을 머물고 있는 학교의 안전실태를 점검해봤습니다.

홍성희 기자입니다.

<리포트>

서울의 한 학교 옥상에 콘크리트 조각들이 잔뜩 쌓여 있습니다.

부서진 바닥 콘크리트를 모아놓은 겁니다.

조금만 힘을 줘도 바닥이 쉽게 부서지고 떨어집니다.

비가 오면 교실로 물이 샐 정도입니다.

건물과 건물을 잇는 다리는 철근이 노출된 채 방치돼 있습니다.

<녹취> 학생 : "공사한데요.그러면서 페인트밖에 안 칠했어요."

심지어 건물 지반까지 가라앉고 있습니다.

실제 건물 안전진단에 쓰이는 '비파괴 시험' 방법으로 이 학교 건물의 콘크리트 강도를 측정해봤습니다.

16.1 메가 파스칼로 기준 강도인 18메가 파스칼에 한참 못 미칩니다.

철근 간격은 30센티미터로 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학생들이 사용하는 건물인 만큼, 보강 필요성이 제기됩니다.

<인터뷰> 안전진단협회 회장 : "배력 철근의 배근 간격은 보통 20 내지 30센티미터인데 철근 간격이 좁을수록 더 큰 하중에 견딜 수 있습니다."

서울의 또 다른 학교, 낡은 강당 건물이 얼마 전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폐쇄됐습니다.

<인터뷰> 학생 : "강당에서 배구도 하고 농구 같은 것도 연습하고 했는데, 이제는 운동장에서 그런 걸 잘 못 하잖아요."

교육부 안전 점검에서 5단계 등급중 D등급 이하를 받아 보수가 시급하거나 철거해야 하는 학교 건물이 전국에 104동에 이릅니다.

대부분 6-70년대에 지어졌는데 비슷한 시기에 건설된 인천 선인체육관 등은 이미 철거된 지 오래입니다.

예산 부족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이 학교는 건물 보수를 위해 60억 원을 요청했지만, 교육청에서 받은 예산은 15억 원에 불과합니다.

<인터뷰> 김필곤(사무관/서울시교육청) : "복지분야 쪽에 예산 증가율이 높다보니까 전체 예산은 늘어나는 폭이 좁고 그러다보니 시설비 분야가 상대적으로 많이 축소되고 있는 경향이 있습니다."

정부는 오는 2016년까지 2천8백억 원을 들여 위험한 학교시설을 모두 정비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예산의 절반을 부담해야 할 각 시도 교육청의 재정 상황을 보면 계획대로 추진될지는 미지수입니다.

KBS 뉴스 홍성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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