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 노무현, 험난했던 사람 사는 세상

입력 2009.05.29 (05:49)

<앵커 멘트>

노무현 전 대통령이 추구한 세상은 모두가 더불어 잘사는 그래서 하루하루가 신명나게 이어지는 '사람 사는 세상'이었습니다.

정치인 노무현이 꿈꿨던 세상, 송영석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21년 전, 초선의원으로 첫 대정부 질문에 나선 노무현 의원.

첫 마디는 정치인으로서 추구하던 세상, 바로 '사람 사는 세상'에 관한 얘기었습니다.

<녹취> 노무현(88년 7월 8일 대정부 질문) :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사회는 더불어 사는 사람, 모두가 먹는 것 입는 것 이런 걱정 좀 안하고...적어도 살기가 힘이 들어서 아니면 분하고 서러워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은 좀 없는 세상..."

권력의 횡포와 부조리가 없는 모두가 잘 사는 세상, 그가 바라던 세상을 향한 도전은, 그러나 너무도 험난했습니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좋은 교육 한번 받지 못하고, 변호사, 정치인까지 됐지만, 그의 정치 역정은 줄곧 비주류였습니다.

비주류 정치인인 그는 자신의 신념, 가치와 다른 길은 거부했습니다.

90년 3당 합당을 정치적 야합이라고 비난하며 자신을 정치에 입문시킨 YS와 결별했고, 한국 정치에 뿌리 박힌 고질병 지역주의에 끝없이 맞섰습니다.

<녹취> 노무현 : "지역정치 구도가 가로막고 있기 때문에 우리 정치와 역사는 1보도 앞으로 진전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편한 길을 마다하고 택한 가시밭 승부, ' 바보 노무현'이라는 애칭을 얻으며 사람들을 감동시켰고, 이는 곧 정치적 자산이 돼 대통령 후보 경선과 대선에서 드라마 같은 승리를 이끌어냅니다.

<녹취> 노무현(대통령 취임사) : "원칙을 바로 세워 신뢰 사회를 만듭시다. 정정당당하게 노력하는 사람이 성공하는 사회로 나갑시다."

하지만, 대통령이 되고서도 '사람 사는 세상'을 향한 그의 앞길은 여전히 순탄치 않았습니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청산, 개혁적 정치 실험은 기득권 세력과 보수 언론의 끝없는 반발에 직면해야 했고, 사상 첫 탄핵 소추라는 위기를 맞았습니다.

계속된 국론 분열 속에 숨가쁜 개혁 정책은 국민을 지치게 했고, 인기없는 무능한 대통령으로 추락하기도 했습니다.

<녹취> 노무현(2007년 신년 특별 연설) : "아무도 저를 서민 대통령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적어도 분하고 서러워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은 없는 세상을 만들자고 외쳤던 노무현 전 대통령, 그의 노력은 비극적 결말 속에 열매를 맺지 못한 미완의 도전으로 남게 됐습니다.

KBS 뉴스 송영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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