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떠나보냄’의 의미

입력 2009.05.29 (07:02)

수정 2009.05.29 (13:08)

[김용관 해설위원실장]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오늘 열립니다. 세상에서 함께 숨 쉬던 이를 세상 밖으로 영원히 떠나보내는 의식입니다. 이 의식을 통해 고인은 가고 우리는 남습니다. 떠나보내기엔 파란만장했던 고인의 삶이 안타깝고 채 이루지 못한 고인의 꿈이 아쉽습니다.
이제 삶을 함께 나누던 고인을 보내지만, 그가 살아 추구하던 가치는 이 세상에 그대로 남습니다. 고인의 뜻을 이어 그 가치를 세상에 구현하는 일은 남는 우리의 몫입니다. 바로 이것이 그를 떠나보내는 ‘영결’의 의미겠지요.
고인이 추구하던 가치를 포괄적으로 표현한 말은 ‘통합’일 겁니다. 통합은 한국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한 전제조건이고, 지역주의 청산의 다른 표현이기도 합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삶은 이 가치를 구현하기 위한 역정이었습니다. 지난 며칠 동안 봉하마을에서 혹은 덕수궁 돌담길에서 몇 시간씩 줄을 서가며 분향을 기다리던 사람들의 마음을 채우던 가치도 이것이었을 것입니다. 통합이라는 이 가치는 보수든 진보든 각자 가진 정치적 입장에 관계없이 우리 모두가 추구해야 할 가치임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이 소중한 가치를 현실 속에 충실히 구현해 내는 것이야 말로 고인을 기리는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추구해야할 통합의 길은 멀고 험합니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뒤 사회 전체가 충격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가 살얼음판을 딛고 서 있는 것 같습니다. 분노와 적개심이 그것을 억누르고 있는 슬픔의 벽을 뚫고 언제 분출해 나올지 모를 그런 상황입니다. 우리가 이것을 넘어설 수 없다면 분열과 대립의 수렁으로 다시 빠져들 수밖에 없습니다.
고인이 추구하던 가치를 구현하는 일은 그래서 조심스럽기가 손에 쥔 달걀 같습니다.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일부터 시작합시다. 정파적 이익보다는 나라의 미래를 먼저 생각합시다. 권력을 더 많이 가진 쪽이 먼저 양보하고 통합을 주도해야 합니다. 통합을 위한 범사회적 논의도 필요해 보입니다. 양심적이고 도덕성을 갖춘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이 논의를 이끌어야 합니다.
이제 우리는 그를 영원히 보냅니다. 그리고 우리는 성숙한 민주주의의 완성으로 그의 죽음에 답해야 합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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