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세인 사형 집행 왜 서둘렀나

입력 2006.12.30 (13:34)

수정 2006.12.30 (13:37)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의 사형이 형이 확정된 지 1주일도 채 지나지 않은 나흘만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후세인의 처형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지만 이라크 정국에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시기가 올 때까지 집행일을 최대한 미룰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예상이었던 점을 감안할 때 상당히 서두른 감이 있다.
교황청과 유럽연합(EU), 국제적 인권단체들도 후세인의 사형을 원칙적으로 반대하거나 재판의 공정성에 이의를 달고 있던 터였다.
무엇보다도 후세인 집권하에서 자행된 가장 잔악한 민간인 집단살해 사건 중 하나인 쿠르드족 학살 사건의 재판이 아직 완전히 끝난 상황이 아니다.
사전예고 없이 갑자기 발표된 사형확정에 이어 예상을 뒤엎은 교수형 집행까지 속전속결로 이뤄진 데엔 미국 정부의 `정치적 조급증'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중간 선거 패배 이후 미국 조지 부시 정부는 패배의 원인인 이라크 정책 수정에 전환점이 필요했고 후세인 사형이 그 신호탄이라는 것이다.
부시 정부는 `반인륜적 독재자' 후세인을 민주적 사법절차를 거쳐 신속히 제거하면서 국내외의 비판에 직면해 흔들리는 자신의 입지를 되찾아 내년부터 새로운 카드를 낼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영향권에 있는 누리 알-말리키 이라크 총리가 연내 사형을 줄기차게 주장해 온 것이나 이날 전격적 사형집행이 `올해가 가기 전' 이라는 시한에 무리하게 끼워 맞춘 듯한 느낌을 주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뻔히 예상되는 후세인 잔당의 격렬한 저항을 무릅쓰고서라도 정치적 위기에 처한 부시 정부로선 지금이 이라크전의 최대 `전리품'인 후세인을 가장 적절하게 이용해야 할 때였던 셈이다.
이라크 문제를 하루라도 빨리 해결해야 할 미국 정부는 반인륜적 독재자라는 이름표를 단 후세인을 처형함으로써 이후 이를 계기로 일어나는 저항세력의 공격을 진압하는 명분으로 삼을 수도 있다.
그러나 별건으로 다른 재판이 진행 중인 후세인의 사형을 서둘러 집행하는 무리수까지 동원해야 했는지, 그리고 `승자의 정치 이벤트'라는 비난을 받고 있는 재판에서 나온 사형을 강행했어야 했는지에 대한 비판은 지우기 어려울 전망이다.
미국의 공격으로 숨진 수만명의 무고한 이라크 민간인을 감안할 때 이라크전의 최종 책임자라고 할 수 있는 부시 대통령은 민간인 살해혐의로 사형을 받은 후세인과 자신이 `오버랩'될 것이라는 사실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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