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석 KOTRA 관장 “바그다드는 조용”

입력 2006.12.30 (21:35)

"너무나 조용해 마치 유령의 도시 같습니다."
서강석 코트라(KOTRA) 바그다드 무역관장은 30일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이 처형됐다는 소식이 알려진 뒤 바그다드 거리는 인적이 거의 끊긴 상태라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서 관장은 형 집행 직후 곳곳에서 총성이 들렸다며 후세인의 처형을 축하하는 총성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다음은 서 관장과의 전화통화 내용을 문답 식으로 정리한 것이다.
--바그다드 도심 분위기를 전해달라.
▲폭풍전야 처럼 조용하다. 테러를 우려해선인지 거리에는 사람들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사형이 집행된 직후 총성이 많이 들렸다. 저항세력의 공격이 아니라 후세인의 처형을 반기는 축하 총성인 것 같다.
--후세인 처형에 대한 이라크인들의 반응은.
▲환호하고 있다. 현지 TV 방송들이 택시기사나 승객들을 인터뷰한 것을 들어보면 "잘됐다"는 반응이 주류다. 그동안 폭정을 했던 후세인이 없어졌으니 새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대부분이 긍정적으로 얘기했다. 우리 사무실 경비원들도 다 그런 식으로 말했다. 오늘 아침 내가 직접 만난 사람 중에는 기독교계 인사 한 명만이 후세인 처형에 대해 좋지 않게 얘기했다. 후세인이 집권 시절 기독교계를 별로 탄압하지 않아 그런 반응이 나온 것 같다.
--후세인을 지지해온 수니파는 어떤가.
▲수니파 중에서 옛 바트당 지지세력들은 원래부터 처형에 반대했다. 그들이 후세인 처형을 지지할 리 만무하다. 나흘 전에 사형이 확정됐을 때는 이곳저곳에서 폭탄이 터지고 난리였다.
--이라크 언론은 후세인 처형을 어떻게 보도하고 있나.
▲알-이라키야 등 국영 TV 방송들은 후세인을 부정적으로 묘사한 다큐멘터리 형식의 일대기와 처형 직전의 장면을 반복해 보여주고 있다. 또 미군이 바그다드를 점령한 뒤 시민들이 바그다드 중심부의 후세인 동상을 무너뜨리는 장면도 내보내고 있다.
--바그다드 외 지역의 상황은.
▲후세인의 고향인 티크리트에서는 오늘부터 통행금지가 발령됐다고 한다.
--후세인이 없는 이라크의 미래를 어떻게 전망하나.
▲당분간 이라크 상황이 호전되지는 않을 것이다. 사담(후세인)이 돌아올 거라고 믿고 있었던 수니파가 현실을 얼마나 빨리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이라크 안정의 성패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이 시아파가 주도하는 현 체제를 인정해야 안정이 가능할 것이다.
--미래를 낙관한다는 말인가.
▲이라크가 안정화되기까지 최소 2∼3년은 더 걸리지 않을 까 싶다. 이 과정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이라크 안정화 정책이 정말로 이라크인들을 위한 것이라는 인식이 이라크 내부와 아랍권에서 퍼지도록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미국이 친 이스라엘 정책을 고수하며 아랍세계와 거리를 두는 한 이라크 안정화는 요원한 과제일 수 밖에 없다.
--바그다드에 체류 중인 한국인은 몇 명인가.
▲대사관 직원 11명, KOICA 직원 2명, KOTRA 직원 1명 등 모두 14명이다. 현재 대사관 직원 2명이 휴가 중이어서 바그다드에는 12명이 남아 있다. 한국대사관 주변에는 비상경계가 펼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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