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영 해설위원]
몰랐다는 말이 참으로 궁색하게 들리지만 사실입니다.
평양에서 김정일 사망 발표를 하던 시각 우리 외교안보 책임자들은 일상적인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습니다. 사망 이틀이 지나도록 까맣게 모를 수밖에 없었을까요? 누구나 의문을 품습니다.
하지만 북한 말고는 사실을 알았다는 징후는 아직 까지 없습니다. 어찌 보면 이게 지구상에 마지막으로 남은 폐쇄사회 북한에 대해 외부에서 접근할 수 있는 한계이고 현실인지 모릅니다. 그만큼 북한이란 상대는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정일 사망소식이후 우리 대응은 비교적 차분하고 안정적입니다. 정부조치도 그렇고 이렇다 할 사회적 동요도 없습니다. 해외언론에서 놀랄 정도입니다. 다행스런 일입니다.
문제는 이제부터입니다. 우선은 정보망을 총가동해 북한 내부를 들여다 보는게 시급하겠지요. 우리 역량만으로는 물론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우방국인 미국과의 공조는 물론 중국의 협조를 끌어내는 게 관건입니다. 또 다시 북한 내부 상황의 결정적인 국면을 놓친다면 정부로선 더 이상 변명의 여지가 없게 됩니다.
동시에 여러 가지 가변적인 상황에 대응한 신속한 판단과 조처가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선 국제적인 공조체제는 물론 내부의 확고한 단합과 합의가 전제돼야 할 겁니다. 그래서 ‘초당적 대처’라는 말이 유독 와 닿는 때이기도 합니다.
우리 내부 상황이 편하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대선을 1년 앞둔 시점이고 정권의 힘도 뚜렷하게 떨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치권에선 지각변동이 시작됐고, 그만큼 상황 해석과 처방도 백가쟁명식입니다. 물론 의견도 다르고 말도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하나입니다.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내서 최종적으로 나오는 정부의 조치나 결정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의견분분하던 조문의 경우 정부차원에선 안하지만 고 김대중 전대 통령과 현대그룹 유족측의 답례 조문은 허용하기로 했습니다. 의견이 달라도 다소 미덥지 못해도 일단은 정부를 믿고 힘을 보태주는 절제와 지혜가 절실한 시점입니다.